고은사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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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 해외교류전
Sehen Zen 시선視禪
Josef Šnobl
2014년 5월 10일 – 7월 30일



ⓒ 요제프 스노블, 쯔뷔셴 짜이트, 수호천사, 99x122cm, 1992



고은사진미술관은 프랑스의 베르나르 포콩Bernard Faucon에 이은 두 번째 해외교류전으로 세계사진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독일의 현대사진을 소개한다.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에서 빛을 발했던 독일사진의 전통은 1960년대 이후 두 축으로 나누어졌다. 하나는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Art Academy of Düsseldorf를 주축으로 한 독일 유형학 사진Typological Photography의 전통으로, 베허부부Bernd and Hilla Becher와 그 제자들인 토마스 스트루스Thomas Struth, 토마스 루프Thomas Ruff, 안드레아 구르스키Andrea Gursky 등이 그 대표적인 사진가이다.

독일에서 유형학 사진은 하나의 전통으로서, 1920년대 아우구스트 잔더에서 1930년대 알베르트 랭거-파츠Albert Renger-Patzsch의 신객관주의New Objectivity를 거쳐, 1960년대 베허부부에 의해 양식화되었다. 동시대 사회와 문화를 반영하는 대상을 가치중립적이고 중성적 태도로 접근하는 유형학 사진은 당대의 풍경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담아냄으로써, 사건 중심이 아닌 대상 중심의 기록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즉, 후기 산업사회의 단면을 유형성을 통해 보여주면서 현대성을 획득하고, 그것을 인식하는 사진 매체만의 기계적 특성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따라서 유형학 사진에서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삭제한다면 그것은 그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한다. 2000년대에 한국에서 유행처럼 쏟아져 나왔던 이른바 유형학 스타일의 사진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유형학 사진에 비해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독일사진의 또 다른 한 축에는 에센Essen의 오토 슈타이너트Otto Steinert를 중심으로 한 주관주의 사진Subjective Photography의 전통도 있다. 흥미롭게도 주관주의 사진은 내용적인 측면이나 형식적인 측면에서 유형학 사진과 대척되는 지점에 놓여있다. 유형학 사진이 차이보다 유사에 관심을 갖는다면, 주관주의 사진은 차이가 만들어내는 가능성과 힘에 주목한다. 오토 슈타이너트는 바우하우스Bauhaus의 전통을 잇는 라즐로 모홀리-나기Laszlo Moholy-Nagy의 뉴 비전New Vision과 알베르트 랭거-파츠의 신객관주의를 받아들여, 대상의 정확하고 충실한 재현을 통해 사진가의 주관을 드러내는 방식을 취했다.

고은사진미술관과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에서 소개하는 이번 전시 《Sehen Zen 시선視禪》에서는 이러한 주관주의 사진 계열에 속하는 클라우디아 훼렌켐퍼Claudia Fährenkemper와 요제프 스노블Josef Šnobl의 작업을 보여준다. 이들은 중부 독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로서, 두 사람 모두 오토 슈타이너트의 영향권에 있는 아르노 얀센Arno Jansen의 제자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작업방식이나 작품스타일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전시하는 클라우디아 훼렌켐퍼는 쾰른 응용과학대학교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 Cologne에서 아르노 얀센 교수에게 사진을 배웠고,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베른트 베허Bernd Becher와 낸 후버Nan Hoover로부터도 가르침을 받았다. 그녀는 이러한 자신의 사진이력에 걸맞게 매우 스트레이트하면서도 섬세한 작업과 대상을 냉철하고 중성적인 형식으로 드러내는 작업을 동시에 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될 작업은 가장 최근작인 박물관의 갑옷을 다양한 측면에서 포착한 〈아르모르Armor〉 시리즈와 SEM(Scanning Electron Microscope)을 이용한 고도로 정밀한 작업인 〈이마고Imago〉 시리즈이다. 두 시리즈 모두 흑백사진으로, 강렬한 톤과 독특한 계조를 통해 사진의 물성을 생생하고 아름답게 드러낸다. 그녀의 사진은 언뜻 보기에는 유형학 사진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상을 표현하는 그녀만의 독특한 주관적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갑옷의 느낌에 따라 각기 다른 톤의 배경을 선택하고 그에 걸맞은 흑백의 다양한 계조를 미묘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러하고, 우리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미시적인 이미지를 날카롭게 포착하여 실재와 환영의 경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한 그러하다.

클라우디아 훼렌켐퍼가 대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정직하게 그리고 예리하게 사진에 담아냈다면,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에서 전시하는 요제프 스노블은 사진을 통한 내적 관찰과 자기 성찰의 과정을 진지하게 보여준다. 요제프 스노블 역시 쾰른에서 아르노 얀센 교수에게 사진을 배웠다. 그는 회화와 사진을 접목시키거나 다양한 후가공 방식을 통해 이른바 만드는 사진 작업을 해오고 있는데, 대상에 대한 자유롭고 풍요로운 해석이라는 주관주의 사진의 특징을 누구보다 잘 표현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체코에서 태어나 독일로 이주하면서 느낀 경계인으로서의 예민하고 섬세한 감수성이 드러나는 〈쯔뷔셴 짜이트Zwischenzeit〉 시리즈와 쾰른Cologne, 바젤Basel, 베니스Venice의 카니발 풍경을 각기 다른 색채와 분위기로 담아낸 〈카니발Karnevals〉 시리즈 그리고 자신의 작업을 날짜별로 구성하여 하나의 달력으로 만든 〈카렌다리움Kalendarium〉 시리즈가 소개된다. 요제프 스노블에게 사진은 주변의 일상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완성해가는 과정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전시 제목인 《Sehen Zen 시선視禪》은 다층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전시는 우리가 독일 현대사진의 한 축을 바라본다는 의미는 물론, 사진이라는 매체를 향한 두 작가의 시선이라는 의미, 이 두 사람이 대상을 직시하는 동시에 그 너머를 바라본다는 의미 그리고 그 시선을 넘어서서 자신을 성찰하는 데에까지 이르는 과정을 우리가 전시를 통해 확인한다는 의미 모두를 포함한다. 우리는 이들의 사진에서 각기 다른 내용과 형식으로 공존하는 차가운 이성과 따뜻한 감성을 만날 수 있다.

주관주의 사진은 다양한 사진형식을 통해 사진적 표현의 가능성을 넓혔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 대상에 대한 이해와 다양한 접근방법에 대한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다. 구르스키는 베허부부의 제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이전에 이미 오토 슈타이너트의 가르침을 받은 바 있다. 클라우디아 훼렌켐퍼와 마찬가지로 구르스키가 유형학적 오브제를 취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을 가지게 된 것은 분명 오토 슈타이너트의 사물에 대한 자유로운 자각과 주관적인 해석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는 블록버스터 사진전 즉 대형 상업 전시가 연이어 개최되면서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단순히 사진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거나, 사진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국·공립미술관에 아직 사진분과가 마련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전문가도 부족한 실정이며, 처음으로 사진전문기획자가 국립미술관에 기용된 것이 불과 얼마 전이라는 사실이야말로 바로 한국사진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은사진미술관은 사립미술관으로서 그리고 사진전문미술관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고민이 여전히 많고 그래서 어깨가 무겁다. 한국사진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진을 역사적 맥락을 통해 수용하고, 이를 토대로 세계사진의 흐름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한국사진의 현실과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는 태도일 것이다. 고은사진미술관이 해외교류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미정(고은사진미술관 큐레이터)
전시작품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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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제프 스노블, 쯔뷔셴 짜이트, 아버지가 걷기를 배울 때, 99x122cm, 1988
ⓒ 요제프 스노블, 쯔뷔셴 짜이트,
아버지가 걷기를 배울 때, 99x122cm, 1988
ⓒ 요제프 스노블, 쯔뷔셴 짜이트, 칼린, 99×122cm, 1992
ⓒ 요제프 스노블, 쯔뷔셴 짜이트,
칼린, 99×122cm, 1992
ⓒ 요제프 스노블, 쯔뷔셴 짜이트, 점핑 잭, 점핑 메리 그리고 영원한 게임…, 99×122cm, 1989
ⓒ 요제프 스노블, 쯔뷔셴 짜이트,
점핑 잭, 점핑 메리 그리고 영원한 게임…,
99×122cm, 1989
ⓒ 요제프 스노블, 쯔뷔셴 짜이트, 거대한 빨래, 99×122cm, 1992
ⓒ 요제프 스노블, 쯔뷔셴 짜이트,
거대한 빨래,
99×122cm, 1992
ⓒ 요제프 스노블, 카니발, 베니스 카니발, 30×40cm, 1995
ⓒ 요제프 스노블, 카니발,
베니스 카니발, 30×40cm, 1995
ⓒ 요제프 스노블, 카니발, 바젤 카니발, 30×40cm, 1992
ⓒ 요제프 스노블, 카니발,
바젤 카니발, 30×40cm, 1992
ⓒ 요제프 스노블, 카니발, 베니스 카니발, 30×40cm, 1995
ⓒ 요제프 스노블, 카니발,
베니스 카니발, 30×40cm, 1995
ⓒ 요제프 스노블, 카니발, 베니스 카니발, 30×40cm, 1995
ⓒ 요제프 스노블, 카니발,
베니스 카니발, 30×40cm, 1995
작가소개

요제프 스노블
1954   체코 프라하 출생
1979   독일로 이주

학력
1988   쾰른 응용과학대학교 사진전공 졸업, 독일

개인전
2013   초상화(켐니츠 프로젝트), 켐니츠, 독일
2012   카니발,피두키아 갤러리,오스트리바,체코
2011   니더라우셈의 매주 일요일,카메라 옵스쿠라프로젝트,독일
2009   무척추동물(나비 정원 예술 프로젝트),자인성,독일
2007   아헨의사진의 길,로테 에르데,독일
2006   소떼라네아,로카파올리나,페루지아, 이탈리아
2005   ...도착...,라인강-베르지구의 문화프로젝트, 독일
꽃들을 읽다,플로랄,쾰른,독일
2003   카니발,페카갤러리,프라하,체코
2002   카렌다리움,발라프 갤러리,쾰른,독일
카니발,쾰른시립박물관,쾰른,독일
2000   카니발,슈펜하우어갤러리,쾰른,독일
장소의약속,예술 단체율리히,독일
1997   죽음만큼 확실한,바클라바스팔리 갤러리,프라하,체코
커피숍,독일문화원,프라하, 체코
1995   쯔뷔셴짜이트,보훔뮤지엄,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독일
쯔뷔셴짜이트,네오브롬갤러리,브루노,체코
1주일 간의 오픈 아뜰리에,몹,라이프치히,독일
나르던 포토 페스티벌,그롤갤러리,네덜란드
이분법의 불가사의,로프트,쾰른,독일
1992   누드의밤,그라우베르트갤러리,함부르크,독일
쯔뷔셴짜이트,임호프갤러리,에센,독일
수호천사와 다른 존재, 로프트,쾰른,독일
1991   누드,포마갤러리,프라하,체코
비유,로프트,쾰른,독일

출판
2009   『사진의 길』, 헬리오스 출판사, 아헨, 독일
2002   『카니발』, 에몬스 출판사, 쾰른, 독일
1999   『101 연합의 도시』, 듀몬트 출판사, 쾰른,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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