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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사진의 재발견 연계기획전
정정회, 장날 반추
정정회
2013년 8월 10일 - 2013년 10월 30일


ⓒ 정정회, 경남 창녕, Gelatin Silver Print, 1981



기록과 기억 사이

부산사진의 재발견 연계기획의 세 번째 전시로 선정된 《정정회, 장날 반추》展은 배동준과 더불어 부산사진의 2세대로 활약한 정정회의 작업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보여준다. 정정회는 아마추어로 사진에 입문하여, 40여년을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작업해왔다. 그는 특히 시골 장터, 농어촌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삶의 흔적과 서정을 담아내는 그만의 독특한 시선은 《부산사진의 재발견: 징후로서의 사진》展에서 이미 소개된 바 있다. 그는 향토적이고 서정적인 풍경 외에도 다양한 축제의 풍경과 부산의 무형문화재 등을 기록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장터로 향하는 길의 풍경과 장터와 사람들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우선, 전국방방곡곡을 누비며 1970~80년대의 장날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들이 그 시기 형성된 그의 작업의 경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 작업은 한국 사진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정정회의 사진에서 1950년대 이후 리얼리즘과 서정성 그리고 조형성을 결합시킨 정인성의 영향을 받은 후기 리얼리즘사진의 한 경향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이 유일한 목표였던 1970년대에 한국사진은 전통에 대한 기록에 천착하거나 사회적 모순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일부 사진가들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살롱사진이 주를 이루는 분위기였다. 그에 비해 부산사진은 사람과 삶의 풍경에 천착했다. 이는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청사회>의 영향도 있었지만, 공모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부산사진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정회 역시 <청사회>의 회원으로 점차 자신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리얼리즘사진을 추구해왔다. 그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장터와 농어촌을 찍으면서 주변환경과 인간이 적절하게 조화되는 모습을 포착했다. 특히 다양한 초점거리의 렌즈들을 활용해 찾아낸 배경과 대상이 명료하게 만나는 지점이나 안개와 빛을 이용해 보여주는 극대화된 영상미는 정정회만의 스타일을 드러낸다.

전시는 1970~80년대 장날의 풍경과 최근까지 잔존하고 있는 현대식 장터와 난전의 풍경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과거의 장날은 장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이나 장을 보는 사람뿐 아니라 집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사람 모두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아버지 손에 들린 고등어 한 손과 살짝 숨겨온 박하사탕은 장날이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선 정감 어린 문화적 체험과 기억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러한 장날의 개념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전통시장의 명맥이 겨우 유지되고는 있지만, 그것 역시 하나의 소비산업일 뿐이다. 이제는 더 이상 장터에서 과거의 물물교환과 정서교류를 통해 흘러 넘치던 생생한 문화적 역동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이 전시는 과거의 장날과 현대의 장터의 교차되는 풍경을 통해 문화적 기억공간을 확인하는 한편, 이를 토대로 오늘날 삶을 지배하는 자본과 소유의 논리 속에서 박탈된 공동체의 가치와 유대를 묻는다.

전시의 구성은 크게는 옛 장날과 현대 장터의 풍경으로 나뉜다. 옛 장날의 섹션은 장을 오가는 풍경과 장터 풍경 그리고 장터의 사람들로, 현대 장의 풍경은 장터 풍경과 시장 난전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으로 다시 나뉜다.
아스라한 안개 너머 길을 머리에 짐을 아슬아슬하게 얹고 장터를 향하는 사람들의 몸짓과 옷자락, 꿈 같은 연기를 내뿜는 뻥튀기 기계, 길가에 늘어놓은 각종 곡식과 생활물품들, 가족처럼 정이 들었을 가축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이미지의 힘을 새삼 느낀다. 이를테면 우리가 경험이나 지식으로 습득한 장날이 그리움, 따뜻함 같은 감정과 마음을 흔들어 놓는 정서로 이어지게 만드는 힘 말이다. 눈이 제아무리 쌓여도, 햇볕이 칼날처럼 쏟아져도 걸어서 장터를 향하는 길은 끝나지 않는다. 싸리빗자루와 나무 갈퀴, 짚으로 주렁주렁 엮은 굴비, 장터 한 켠에 묶인 염소 떼는 당시의 소박한 생활을 떠올리게 한다. 전체적으로 아련하고 부드러운 느낌과 흑백의 콘트라스트가 대조적인 톤의 강약은 그때 분위기를 제대로 재현해낸다. 정정회의 사진에서 장터라는 장소와 장날의 분위기는 고유한 기억 없이도 당시의 문화를 재구성해낸다. 다시 말해 막연한 기억을 구체적인 현실로 드러내고 단편적인 기억을 지속으로 구현한다. 이렇게 그의 사진에는 삶의 현장을 보여주는 리얼리즘 정신과 예술가로서의 감수성이 결합되어 있다.

그러나 사진은 기록과 기억 사이의 틈을 보여주는 매체이다. 특정한 장소에서 도드라지는 기억의 힘은 대단하지만, 그 힘은 때로 우리를 배반한다. 굳이 정정회의 옛 장날을 현대 장터의 풍경과 함께 보여주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따뜻하고 정감 어린 장날의 기억은 힘들고 고단한 당시 삶의 현실을 배제하고 있다. 사진에서 나타나는 서정적 조형성과 리얼리즘의 결합은 이러한 사실을 더욱 강화시킨다. 그래서 전시는 현대 장의 건조하고 담담한 풍경을 옛 장날과 대비시키는 동시에 현재에서 과거의 흔적을 찾아보게끔 유도한다.
현대의 장터는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의 풍경이다. 시장 난전에 펼쳐진 각종 채소와 생선, 곡식들과 장보러 온 사람들이 버스 정류장에 모여 있는 풍경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과거의 5일장과는 또 다른 삶의 현장이 펼쳐져 있다. 여기에는 만남의 장이자 일상의 활기를 불러오던 옛 장날의 정취는 없지만, 어찌됐든 간에 주어진 삶을 살아내야만 하는 우리의 현실이 담겨 있다. 현대 장터사진은 극적인 장면이나 요란하게 과장된 장면이 없다. 정정회는 어찌 보면 밋밋한 풍경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전체의 풍경을 하이앵글 샷으로 잡아낸다. 내다 팔기 위해 다듬은 채소와 광주리에 담긴 곡식들이 길가의 좌판에 옹기종기 놓여 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면서 찍은 사진에서 대형마트나 백화점 식품매장의 진열대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난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에게 장날과 장터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오는 그리움의 대상인 동시에 치열하고 역동적인 삶의 표상이다. 전시는 장터를 향하는 길에서 시작하여 장날의 풍경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 후, 현대 장터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우리는 정정회가 주관적으로 선택한 장날의 풍경과 기록을 통해 그것이 기억으로 공유되는 과정을 목도한다. 그래서 전시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응시하고 반성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시제목인 장날 반추는 장날을 되풀이 해서 기억하고 음미한다(反芻)는 뜻과 추억에 반한다(反追)는 뜻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이미정, 고은사진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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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회, 전남 여수, Gelatin Silver Print, 1979
ⓒ정정회, 전남 여수, Gelatin Silver Print, 1979
ⓒ정정회, 전남 담양, Gelatin Silver Print, 1970
ⓒ정정회, 전남 담양, Gelatin Silver Print, 1970
ⓒ정정회, 전남 담양, Gelatin Silver Print,  1975
ⓒ정정회, 전남 담양,
Gelatin Silver Print, 1975
ⓒ정정회, 전남 담양, Gelatin Silver Print,  1975
ⓒ정정회, 전남 담양,
Gelatin Silver Print, 1975
ⓒ정정회, 전남 곡성, Gelatin Silver Print, 1980
ⓒ정정회, 전남 곡성, Gelatin Silver Print, 1980
ⓒ정정회, 전남 곡성, Gelatin Silver Print, 1974
ⓒ정정회, 전남 곡성, Gelatin Silver Print, 1974
ⓒ정정회, 경남 산청, Gelatin Silver Print,  1980
ⓒ정정회, 경남 산청, Gelatin Silver Print, 1980
ⓒ정정회, 경북 청도, Gelatin Silver Print, 1971
ⓒ정정회, 경북 청도, Gelatin Silver Print, 1971
ⓒ정정회, 경북 안동, Gelatin Silver Print, 1975
ⓒ정정회, 경북 안동, Gelatin Silver Print, 1975
ⓒ정정회, 경남 창녕, Gelatin Silver Print,  1981
ⓒ정정회, 경남 창녕, Gelatin Silver Print, 1981
ⓒ정정회, 경남 사천, Gelatin Silver Print,  1977
ⓒ정정회, 경남 사천, Gelatin Silver Print, 1977
작가소개

정정회 CheungHoi Cheung
1939 경남 통영 출생

학력
1961 부산대학교 상과대학 졸업

개인전
2007 《예술의 맥, 부산무형문화재》, 부산시민회관, 부산
2006 《평화와 희망의 뱃길》, 부산광역시청, 부산
2005 《종묘제례》, 부산 울산 현대백화점 갤러리
2004 《서해안풍어제》, 영광도서 갤러리, 부산
2002 《축제의 사람들》, 부산광역시청, 부산
1999 《장날, 들녘, 바다의 사람들》, 부산시민회관, 부산
1999 《장날, 들녘, 바다의 사람들》, 통영시민문화회관, 통영
1984 《장날》, Pine Hill Gallery, 서울
1977 《정정회전》, 부산목마화랑, 부산

그룹전
2001 《시와 음악과 사진 어우름전》, 경신문화홀, 부산
1998 《한불문화센터 기획 초대전》, 한불문화센터, 파리, 프랑스
1994 - 1999 한국사진작가협회 부산지회 회원전
대한민국사진대전
부산사진대전
동아일보사진동우회 회원전
부산국제사진교류협회 교류전(쓰시마 • LA)
청사회 회원전
그 외 다수

수상 및 경력
2007 한국예총 부산광역시연합회 부산예술상 수상
2003 한국예술인총연합회 한국예총문화상 대상 수상
2002 한국사진작가협회 한국사진문화상 출판부문 수상
1998 - 2007 한국예총 부산광역시연합회 사무처장
1994 - 1999 한국사진작가협회 부산지회 부지회장
현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 청사회 특별회원

출판
2007 『예술의 맥, 부산의 무형문화재』, 나누리출판사
2002 『축제의 사람들』, 한글그라픽스
1999 『정정회 사진집: 장날, 들녘, 바다의 사람들』, 한글그라픽스

기증
2005 〈종묘제례〉 44점, 정묘제례보존회
2004 〈서해안풍어제〉 34점, 서해안풍어제보존회
2002 〈부산무형문화재〉 28점, 부산시립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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