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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사진미술관 기획전
김홍희 사진展 _두개의 세계, 하나의 길
2008년 8월 9일 – 2008년 9월 28일


ⓒ 김홍희 / 어떤 비밀의 오후, Mongolia 2006


두 개의 세계, 하나의 길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

내가 러시아제 지프차 포르공을 타고 달린 거리는 1만 킬로미터를 훨씬 넘을 것이다. 달리는 차 안에서도 셔터는 끊어졌고
멈춰 섰을 때도 셔터는 끊어졌다. 어떤 날은 단 한 장의 사진도 찍지 못하고 멍하니 맥을 놓고 지는 해를 따라 광야 저편
끝까지 걸었다. 하나씩 하나씩 옷을 벗어 던지며.
해 저문 광야에서 벌거벗은 채 돌아온 나에게 몽골인 ‘간주아’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광야에서 당신과 똑같은 사람을 만나는 날이 바로 당신이 죽는 날이라고 몽골 사람들은 말합니다.”
광야에서 비박을 하던 날. 텐트 위로 지나가는 바람이 소리 내며 우는 소리를 들었다. 고비 사막에서 새벽잠이 깨어 모포를
감고 사막 한가운데 앉았을 때, 손을 휘저으면 후드득 떨어질 것 같은 별들을 보았다. 칼처럼 날이 선 사구에 올랐을 때
모래 한 알 한 알이 바람에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한 알의 모래가 날아가는 것은 한 무지 사구가 움직이는 것과 같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소금호수에서 소금을 먹는 낙타를 보았을 때, 낙타의 영혼은 소금이라는 것도 그 때 알았다. 그리고
아침이 오면 포르공을 끌고 길 없는 초원의 길을 나섰다.

사진기의 셔터는 셔터를 누르지 않으면 언제나 닫혀 있듯 나의 눈도 언제나 닫혀 있었다. 사진기가 외부의 힘에 의하지
않고는 셔터가 열리지 않듯이 나 역시 외부로부터의 어떤 힘을 기대하며 떠돌았다. 스스로 셔터를 여는 사진기는 없다.
나는 쇠뭉치를 깎아 만든 한 대의 사진기와 다를 바 없었다.

나는 몽골의 초원에서 길을 잃고 떠돌다 초라한 사거리 식당의 이정표를 보는 순간 알게 되었다. 사람 없는 광야와
사막에서 오직 유일한 이정표는 나 자신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동쪽으로 머릉 241킬로미터라고 가리킬 때, 존재
가치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가리킴은 무심히 찍은 사진 한 장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김홍희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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