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사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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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사진미술관 기획전
이정진展 – Road to the wind
2008년 10월 4일 – 2008년 11월 29일


ⓒ Jungjin Lee, wind 07-85


바람길에 서서 허공을 바라보다

자유를 갈망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모습이지만, 한 사람이 자유로운 상태를 온전히 유지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자유는 지극히 주관적으로 평가되는 인상이므로, 행동의 일관성만으로 자유 상태를 이어나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은 자유를 지향할 뿐 자유에 머무를 순 없는 커다란 굴레 속에서 살고 있다. 이정진의 사진은 자유를 구하는
떠남과 머무름의 기록이다. 거기에는 바람길을 따라 떠나는 방랑이 있고 멈추어 서서 바라보는 관조가 있다.
『American Desert(1994)』로부터 시작한 떠남은 『On Road(2000)』와 여기에 선보인 신작 『Wind』로 계속되었고,
『Pagoda(1998)』에서 길어지기 시작한 머무름의 시간은 『Things(2005)』에서 긴 호흡의 명상으로 바뀌었다.
『Things』에 담겨진 물건들은 중력의 영향을 벗어나서 그녀의 시선이 닿은 허공으로 옮겨졌다. 주변이 사라진 사물은
마치 두 눈의 사이에 있다는 마음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일부인 것 같다.

다시 떠난 길 위에서 그녀는 바람을 보았다.
사막이나 인적이 드문 들판과 산등성이에 서서 그녀가 마주한 바람은 조우(遭遇)와 별리(別離)를 상징하는 공기의
흐름이다. 공기는 현재와 과거, 여기와 저기에 자유롭게 존재한다. 이정진의 사진 속에서 바람은 켜켜이 쌓여있던 시간과
공간을 흔들어서 오늘의 뒤에 숨겨진 어제와 바로 여기에 가려진 저 편 어딘가를 보여주는 장치이다. 한지에 감광유제를
직접 입혀서 제작한 인화상은 바람이 불러올린 기억 속의 과거와 눈앞에 펼쳐진 현재가 만나는 그 순간을 중층적
부피감으로 담아냄으로써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겨진 존재론적 고통을 환기시킨다. 그녀의 사진 속에 담긴
피사체들은 은밀한 흔들림을 불러일으키는 바람의 배경들인 것이다. 오늘도 바람이 불고, 마음이 흔들린다.
그것은 아마도 ‘지금, 여기’에 붙들려 있는 모든 존재에 대한 연민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를 구하는 누군가의 영혼에
대한 찬미일 것이다.

 

신수진 (사진심리학, 연세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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