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사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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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사진미술관 본관 기획전
목록의 재구성
구성수, 신은경, 윤정미, 이은종, 임수식

2011년 10월 1일 – 2011년 12월 11일



사진과 사물 그리고 공간: 배치의 사회학


이미정 (사진비평)

현대사회 속에서 예술의 관심사는 거대담론에서 벗어나 일상의 영역으로 이동한지 오래다. 특별할 것 없는 사물과 일상적인 공간은 그것이 인간과 맺는 관계로 인해 의미를 갖는다. 고은사진미술관 본관에서 전시중인 《목록의 재구성》(2011. 10. 01~12. 11)은 5명의 작가가 현대의 지식과 감수성으로 체계화된 사물을 저마다 어떻게 분류하고 배치하는지에 주목한다. 이미 체계화된 목록으로 고착화된 사물과 공간을 재해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목록을 작성하고 그것을 재배치하는 행위가 필요하다.

구성수는 사진은 현실의 사실적 재현이라는 오랜 정의에 의문을 표한다. 구성수의 는 사진과 회화 조각이 혼합된 작업으로, 채집한 식물을 찰흙 위에 누른 후 백색 시멘트를 부어 그 양각에 색을 입힌 후 사진을 찍은 것이다. 그는 여러 단계를 거쳐 사진이 ‘있는 그대로의’ 재현일 뿐 아니라 리얼리티를 생산하고 형상화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구성수의 목록은 형식과 내용을 재구성함으로써 획득된다. 그의 작업이 사진의 형식적 전통을 넘어서는 예술적 아방가르드를 향한 모험이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임수식의 <책가도> 시리즈는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와 사물의 연관성에 대한 사색이다. 책장을 찍어 한지에 프린트한 후 손수 바느질로 이은 작품은 디지털형식과 결합된 아날로그적 감성을 통해 독특한 심미성을 드러낸다. 그는 단순한 이름붙이기식의 목록 만들기를 거부하고 ‘책’이라는 사물의 의미작용체계를 탐사하고자 한다. 즉, 책의 일상성이 어떤 사회적, 문화적 체계 속에서 구현되는가를 읽어내고자 한다. 그것은 책과 책 사이에 놓인 총, 카메라, 찻잔과 장식물을 통해, 차이를 통해 비로소 드러난다. 다른 사물들과 겹쳐지는 책은 감각적인 물질성을 넘어서 사적인 영역에서 의미를 투영하고 개인의 정체성 문제로까지 나아간다.

윤정미는 를 통해 색의 목록이 갖는 사회적 의미에서 더 나아가 사물의 배치와 분위기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특히 ‘초록 아저씨 집 마당의 초록색 물건들’은 사물들을 크기별로 늘어놓고 중앙에 인물을 배치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있다. 두 개의 지붕이 사선으로 프레임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 다소 무질서하게 흩어진 사물들은 따뜻한 햇볕에 반짝이는 따뜻한 초록색의 잎과 대조되는 차가운 초록색이다. 대조적인 두 색조의 계산된 균형이 조화롭다. 빼곡하게 정리된 방의 사물들과 대조되는 흩어진 사물들은 체계화되고 획일화된 공간에 내부 균열을 만든다.

신은경은 자본주의의 욕망으로 가득 찬 소비의 공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읽어내고자 한다. 시리즈는 구체적인 공간의 재현이되 고정되지 않은 공간, 위기의 공간과 욕망의 공간을 색채의 개입을 통해 드러낸다. 그녀는 화려한 공간을 모노톤의 사진으로 찍어낸 후 도드라지거나 혹은 익숙하지 않은 색채를 덧붙여 리얼리티의 변형을 꾀한다. 선명한 색으로 반짝이는 구두와 모노톤의 옷가지는 특정한 한 가지 방식으로 읽히길 거부한다. 진짜인 것처럼 위장하는 “가짜 공간”에 대한 그녀의 집요한 관심이 고정되지 않은 사물, 이질적인 요소가 공존하는 “The Shop”이라는 일탈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은종의 시리즈는 사물의 재배치를 통해 사적인 공간을 공론화시킨다. 그녀는 작가의 작업실 내부를 연출함으로써 작가와 관객이 만나는 새로운 영역을 보여준다. 사다리, 잔뜩 쌓인 붓과 물감, 여기저기에 팽개쳐진 공구들은 작업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작업의 공간에서 우리는 스펙터클이 아닌 실천적인 인간 활동의 힘을 읽는다. 그러나 150cm×190cm의 프레임 안의 공간은 만들어진 공간이다. 의도된 듯 적당히 흐트러진 도구들, 프레임 안에서 제자리를 찾은 캔버스는 기본적으로 작업실에 놓일 것이라고 예측 가능한 것들이다. 그래서 체계화된 문화적 특성으로서의 작업실을 넘어서지 못한다. 이것 역시 그녀가 의도한 것일까?

《목록의 재구성》을 통해 5명의 작가들의 사물과 공간을 분류하고 배치하는 방식을 들여다보았다. 중요한 것은 작가 스스로의 계획과 현실의 대상이 스스로 드러내는 우연성이 지속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그 균형점은 그들의 창작과정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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