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사진미술관+KT&G 상상마당 올해의 작가전

현재 전시

고은사진미술관+KT&G 상상마당 올해의 작가전

작가
민혜령, 이손, 이승재
전시 기간
2024/12/20 - 2025/02/07

고은사진미술관은 2012년부터 KT&G 상상마당과 사진의 정통성을 기반으로 작업의 완성도와 실험정신을 갖춘 신진작가를 발굴∙지원하는 전시를 선보이고있다. 사진의 미래와 새로운 가능성을 위해, 앞으로 사진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작가들과 만나고 소통하고자 마련한 자리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올해의 최종 사진가'로 선정된 이손과 '올해의 사진가'로 선정된 민혜령, 이승재의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의 사진가 3인은 개인의 이야기가 작업으로 발현되는 공통성을 띤다. 각 여정은 새로운 삶의 시야를 받아들이는 변화, 반복과 수행으로 심층에 다다르는 과정에서의 성장, 일상의 조각에서 연결고리를 상상해 내는 유희를 보여준다. 이는 사회적으로 논의될 함의를 가진 동시에 인간이 또 다른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과도 닮아있다.

 

민혜령은 〈The Hours Breathe〉에서 변화된 주변 환경을 둘러싼 사물들의 초상을 담아냈다. 변화는 출산과 이주로 야기되었다. 사진가이자 이방인으로서 뉴욕에서 보낸 16년이라는 시간을 뒤로하고 귀국한 그녀에게는 두 생명이 함께했다. 일상의 시야는 이전과 같지 않았다.

촬영은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 이루어졌다. 사진 속 은근한 빛이 전해주는 부드러운 결은 낮잠과 밤잠 시간을 오가며 햇빛과 옅은 불빛에 의지한 결과물이다. 생활, 육아용품 등의 사물은 본래 역할을 잠시 멈춘 채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때로는 그녀가, 때로는 사물이 다가가 서로의 존재에 귀 기울인다. 그러고는 시간이 숨 쉬다라는 제목처럼 잠시 멈추어 숨을 쉬라 한다. 이는 엄마라는 역할로의 변화가 주는 생경함, 애틋함과 같은 모종의 감정을 짐작케 한다.

작업은 사회적 통념이 한 개인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지기 위해 남몰래 겪고 있는 낯섦이라는 찰나의 순간을 집어낸다. 그것은 출산으로 변화된 환경을 지칭하기도, 사물의 고정된 쓰임새를 겨냥하기도 한다. 다양한 시점과 정물의 등장이 혼란과 순응 사이를 종횡하는 마음의 은유로 보이듯, 정물(still life)은 아이들이 정지해 잠을 자는 순간이자 달라진 공간의 풍경 속 작가의 낯선 요동이 정지하여 현재를 바라보는 새로운 삶의 시야가 약동하는 때이다.

 

이손의 〈Drift Bottle〉은 반복적으로 마주친 어느 현수막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작되었다. 25년 전 실종된 딸을 찾는 현수막은 서울 곳곳에 게시되어 있었고, 그는 현수막 위치와 마지막 목격 장소를 따라가다 경기도 평택에 이르렀다.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이곳을 찾아오겠다는 다짐과 함께 매월 대형 필름카메라를 들고 마을을 촬영했다. 반복해서 한 장소를 찾아가 어둑한 밤, 빛을 모으기 위해 매번 두 시간 이상 소요되는 카메라 노출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에 근거하지 않는다. 이는 사진 찍는 행위를 수행과 반복의 관점에서 의식화하며, 마치 투명한 유리창 사이로 너와 나의 모습이 동시에 보이듯 타인의 고통을 들여다봄으로써 자신의 고통과 마주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이너리티 종교를 믿는 가족과 과거의 자신을 떠나오며 비롯되었다. 가족과 모든 연락을 끊었고 멀어지고자 했다. 촬영 로케이션은 서울-평택-제주로 이동되었다. 제주는 가족이 있는 곳이다.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시작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상상 속 파도에 밀려온 유리병(drift bottle)에는 편지가 담겨있었다. 작가는 답장을 보낸다. 발신자의 고통은 그의 이야기와 언어로 이어진다. 현수막과 제주, 실종자와 자신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자신의 가족은, 시작점이자 메타포 그리고 애와 증이 끊임없이 술래잡기하는 뫼비우스의 띠일지 모른다.

 

이승재의 〈동물 반응〉은 일상에서 발견되는 동물 박제와 모형에 기이함을 느끼고 이를 시작점으로 다른 사진들을 연결하며 만들어졌다. 박물관에서 동물 박제의 사진 아카이빙을 했던 그는 주차장, 산책로 등 생활권에서 볼 수 있는 동물 모형이 실제로는 생명이 없는 텅 빈 플라스틱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 질감과 형태가 주는 오묘한 끌림은 한 끗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사진 간의 연결성을 만들어냈다.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한 대상을 곧바로 찍어내는 작업 형식은 스냅사진을 닮았다. 셔터를 눌러야겠다는 직감이 실행되기까지,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광활한 풍경 속 특정하고 미세한 부분이다. 이러한 발견이 가능했던 것은 오랜 시간 내재한 사회, 정서, 무의식의 총체적 반응 때문일 테다. 그렇게 모인 지난 몇 년간의 사진들은 그의 주관적 연상으로 연결된다.

연상법은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로샤 검사와 접점이 있다. 잉크 반점에서 무엇이 보이는지 묻는 검사는 그 형태를 인지하는 단계에서 개인의 내적 세계가 반영된다. 시리즈의 제목이기도한 동물 반응은 이러한 잉크 반점에서 동물이 보이는 것이다. 그는 검사에 응하듯 사진을 조합한다.   

크고 작은 사진들은 나란히 놓이거나 겹쳐지며 또 다른 줄거리를 만들어낸다. 연결성은 동물 연상에서 이어지거나 사진을 먼저 놓고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유희라 할 수 있는 것은 이승재의 무의식과 직감적 접근으로 인해 그 어떤 규칙에서도 본질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유희적 태도 앞에서 모든 규칙은 재미난 도구가 된다.

 

단순한 기록으로서의 사진을 넘어서는 작가 3인의 작업은 개인 서사의 개입과 텍스트, 사진-사진 사이의 새로운 읽기 방식의 제안으로 실험의 당위성을 가진다. 사진 매체를 향한 일방향적 인식에 가늘지만 깊은 빗금을 그어내는 그들의 섬세하고도 짙은 자국을 이번 《고은사진미술관+KT&G 상상마당 올해의 작가전》에서 발견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민혜령

 

2001년 한양대 독어독문학 전공, 2007년 뉴욕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사진 과정 수료를 거쳐 2009년 뉴욕 School of Visual Arts 디지털 사진 전공을 석사 졸업하였다. 2023년 제14 KT&G 상상마당 SKOPF 올해의 사진가로 선정되었다.

개인전으로는 2024년 《WIND STILL KNOWS MY NAME》 하이브로우타운 H-Lounge, 2021년 Re-membrance of the Remembrance 사비날 사진갤러리(미국), 텍사스 주립대학교(미국), 2018년 《기억의 재구성》 닻프레스 등이 있으며 콜로라도 사진 예술 센터(미국), 우드스탁 사진 센터(미국), 베나키 뮤지엄(그리스), 디트로이트 현대 사진 센터(미국)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고은사진미술관, 파인아트 사진 센터, 베나키 미술관, 닻프레스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있다.

 

 

이손


2022년 홍익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였다. 2023년 제14 KT&G 상상마당 SKOPF 올해의 최종 사진가로 선정되었다.

2024년 서울 KT&G 상상마당에서 개인전 《Drift Bottle》을, 2023년 《Narrat the willow, 2020년 《밀착가드》 contactguard.online(온라인), 2020년 《Hard memorywrm space 등에서 단체전을 가졌다. 2023년 《Assimilation and variation This is not a church, 2020년 《낯선 청중 앞에서》 00 00에서 퍼포먼스를 실연하였으며 2024년 대구사진비엔날레 포트폴리오 리뷰 우수 포트폴리오 선정, 2023 Hong Kong Photobook Dummy Award 등에서 수상하였다.



이승재

 

2006년 고려대 심리학 전공, 2011년 동대학에서 임상심리학 석사를 마치고 2013년 홍익대 사진학 석사 졸업하였다. 2023년 제14 KT&G 상상마당 SKOPF 올해의 사진가로 선정되었다.

2021년 《물점/Hydromancy, 《식물적 삶/Botanical LifeUnderscore, 2020년 《From Weesp to AmsterdamHet Domijn(네덜란드), 2015년 《Brackets_Shayukou》 샹유안 미술관(중국), 2014년 《Brackets_UstkaBaltic Gallery of Contemporary Art(폴란드) 등의 개인전과 Sacatar(브라질), 샹유안 미술관(중국), 비욘드 뮤지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등에서 단체전을 가졌다. 참여한 레지더시로는 2020Het Domijn(네덜란드), 2018년 토지문화관, 2017Instituto Sacatar(브라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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