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내다]

전시평론

고은사진미술관 기획전

[드러내다]

작가
이명호
전시 기간
2020/09/22 - 2020/11/25

이명호의사진-행위 프로젝트

1.

세상에는 수많은 예술의 정의가 있다. 아마 같은 제목으로 가장 많이 나온 책 중 하나가예술은 무엇일까일 것이다. 작가는 물론, 이론가, 일반인 대부분 저마다의 예술정의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다라는 고전적 정의로부터, ‘예술은 충격을 선사하는 것이다’, 또는예술은 사기다와 같은 공격적 정의도 있을 것이다. 이들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그러한 예술정의를 실천하고 향유할 것이다. 특히 작가 입장에서는 예술정의가 이른바 작업지향일 것이고 예술 활동의 궁극적인 성취동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장르에도 역시 사진에 대한 이런저런 정의가 있어 왔다. 다양한 정의와 해석, 그에 따른 개성 있는 사진술(寫眞術)이 창안되고 수많은 유형과 형식의 사진들이 세상에 등장했다. 이는 현재진행형이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기존의 많은 정의들을 아우르는 상위의, 공감 가능한 특정 정의가 존재한다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다양한 정의와 실천이 나란히 공존할 따름이다. 이른바 선언적(選言的), 가언적(假言的) 방식으로 존재할 따름이다. 사진작업의 다양한 지향과 소통가치를 존중하는 작업과 감상, 해석, 평가의 종다양성(種多樣性)이 있을 뿐이다. 

이명호는 자신의 작업을사진-행위 프로젝트라 명명한다. 특유의 작업 개념인사진-행위 프로젝트사진-행위 프로젝트’, ‘예술-행위 프로젝트’, ‘철학-행위 프로젝트로 나누고 이들을 개념적으로, 유기적으로 상호 교차, 순환하며 작업으로 이행하는 독특한 미학적 얼개를 취하고 있다. 이른바 비선형적(非線型的) 작업 개념 틀로, 각 프로젝트들이사진-행위 프로젝트라 칭하는전체의 프로젝트 틀 속에서 새로운 방식을 창출하기도 하고 작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상조(相助)하며 진화하는 이명호 특유의 작업 개념 틀로 이해된다.

이명호는 흔히 선행 프로젝트를 전기(前期)적인 양상으로 상정하고 현행 프로젝트를 후기(後期)적 개념으로 반복하거나 이어받는, 이를테면 단선적(單線的) 개념으로 작업을 진행하기보다는 다원적(多元的)인 태도로 상호 교차하며 창조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따라서 각각의 프로젝트는 서로 대립하거나 충돌하는 양상이나 개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다만 서로의 작업 개념을 인정하며 이를 확장하거나 증폭하는 양상으로 이어나갈 뿐이다. 

이명호의 이른바 ‘-행위 프로젝트가 관심을 두는 영역은재현(再現)’재연(再演)’의 방식과 가치로부터 관객과의 적극적인소통의 방식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양하며 유연하다. 그를 일약 스타 반열에 올린, 대중에 잘 알려진 〈나무(Tree)〉 시리즈라든가, 사막의 지평선에 바다의 수평선을 만드는 〈신기루(Mirage)〉 시리즈로부터 이들을 확장한 작업, 특히 최근 들어서는 적극적으로 관객과 만나려는 보다 실험적인 작업충동을 보이고 있다.

사진기(사진술)의 기본 원리와 물리적 프로세스를 설치 형식으로 풀어낸 파격적인 작업을 연속적으로 선보이거나 관객 참여형 현장 작업들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이는 사진 프로세스나 그동안 접해온 관람객의 반응과 경험을 중심으로 다양한 수용자 계층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나아가 그들이 사진 문화와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사진 문화에로의 통로를 마련하는 등 대중과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의지로 이해된다.    

 

2.

이명호는 2000년대 초반, 네덜란드의 사진전문지 foam(Fotografiemuseum Amsterdam 발행)에 작품이 소개되면서 국제 사진계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2007년 갤러리팩토리에서의 개인전과 같은 해에 열린 동강사진축제에서의 특별전, 《영월 그리기》(동강사진박물관) 등을 통해 국내 미술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른바 화려하게 미술계에 데뷔했다. 이후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이명호가 국내외 미술계에서 거둔 사진적 성과와 성가(聲價)는 괄목할 만한 것이었다.  

이명호는 그의 작업 지향이 그러하듯 결과보다는 과정을 상대적으로 중요시 한다. 작업 현장에서의 진행 과정도 중시하지만, 일상에서의 평소 생각과 자연 속 사소한 것들에 대한 사물시선, 전통문화유산과 그 가치 등에 대한 생각을 꾸준하게 이어나가는 사색과 사유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관념이란 사물을 보고 생각한 결과이며, ‘사물을 통해 사유하는 과정이 자신의 사진이자 작업의 궁극적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물시선과 사유 과정은 그가 예술대상으로 삼고 있는 핵심 요소이자 지향에 다름 아니다.

이명호가 나무가 지닌 형상이나 나무의 미적 특질을 우선 고려하기보다는 나무라는 사물 자체에 대한 사유 과정과 그것을 담아내기 위한 행위를 작업의 시작이자 궁극으로 생각하는 이유다. 대형 캔버스를 매단 구조체를 나무 뒤에 설치하고 촬영을 한 것도 객관적인 사물로서 나무를 보려 한 것이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동원된 사막에서의 작업도 객관적인 현상으로서 신기루를 제시하고 확인하려 한 것이었다. 객관적인 사물은 언제나 의식의 밖에 있는 법이다. 이명호에게 있어 자연 그대로의 나무, , , 신기루 등과 같은 사물이나 현상들은 사유와 탐구의 주요 대상이었다. 그들을 사유하고 호명(呼名)함에 있어 수반되는, 지불해야 하는 이런저런 수고와 기회비용을 마다할 수 없었던 이유다.   

이명호는 나무라는 사물의 존재 차원과 사막의 신기루라는 자연 현상을 대형 캔버스를 활용한 개성 넘치는 연출과 해석으로 세상에 선보였다. 세상을, 사물을, 피사체를 기성과 다르게 바라보려는, 담아내려는 의지와 시선으로 주목을 받았다. 독특한 사진 방식과 사물에 자신의 해석과 생각을 입혀 가고 더해 가는 특유의 사진 과정은 카메라를 통해 사진을 찍기 보다는, 자신의 철학에 맞는 사진 방식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우뚝 자리매김하게 했다.

식물, 나무, , , 바다, 하늘 등과 같은 사물과 자연의 본질, 이에 대한 자신의 지적 사유와 실천의 변증법적 길항 내지는 인과관계를예술-행위철학-행위등으로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기술에 지나치게 많은 시선을 주거나 자신의 사진 방식이 맞고 틀림을 따지지도 않는다. 그저 자연의 방식을, 자신의 호흡을 존중하고 따를 뿐이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모름지기 작가의 작업은 증명관계에 의해 참, 거짓을 따지고 구분하는 수학적 명제와는 달리, 논리적으로도 앞서고 경험적으로도 앞서는 비수학적 충동이자 결과인 것이다. 이명호의 사진작업 역시 관성화된 사진술과 관념화된 사물에 대한 시선과 인식작용을 낯설게 만드는 과정이자 반성적인 태도에 다름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다가오는 이런저런 나무를 오랜 시간 사유하며 완벽하게 포착한 느린 호흡, 기성과 다른 깊이와 넓이로 빚어낸 여백과 공백이 만들어낸 모호함, 다른 시선, 다른 작업 과정은 이명호의 사진세계, 재현세계를 더욱 깊은 심연으로 이끈다. 지나친 후보정, 컴퓨터에 의존한 사진술, 고도로 진화한 카메라 등으로부터 비롯한 쨍한, 자극적인 사진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워낙 과작(寡作)이기도 하고 작업의 과정이나 성격 자체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명호의 사진은 어쩌면 비사진적, 비사회적이다. 그야말로 프로젝트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해묵은재현문제에 대한 고집이 두드러진 것도 이러한 특징의 반증일 수 있다. 어쩌면 유행 지난, 이른바제외된 미학에 대한 관심이기도 하다. 빛의 시대를 견디는 이명호식 주술(呪術)이다.

 

3.

주지하다시피 재현과 재연, 표현 등 대상을 묘사하는 방식을 일컫는 말이표상(表象)’이다. 즉 표상은 외적(外的)인 것, 물리적이고 광학(光學)적인 것, 눈에 비친 것을 담아낸 것, 떠낸 것이다. 보는 이가 그것의 원상(原象)을 알거나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끔 작가가 본 것을 다시 관객에게 공감 가능한 방식으로 선사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빛이 사물을 타고 눈에 비친 것을 충실하게 사실적으로묘사하는 것이 표상, 이른바재현이다. 이를테면 쿠르베의 경우가 이에 속할 것이다.

반면비표상(非表象)’은 눈보다는정신에 관계하는 것으로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이해, 감정세계가 사물에 다가가서 만들어진 무엇을 말한다. 작가의 개인적 세계와 사유가 사물에 투영되어서 만들어진 어떤 다른 것을 일컫는다.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세잔의 작업이 그러했다. 정리하자면 표상이란 대상을 객관적으로, 주관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객관적인 요소가 강조되면 그것은 객관적 재현이 될 것이며, 주관적인 부분에 무게를 둔다면 그것은 표현적 재현이 될 것이다. 반면 비표상이란 작가의 마음, 기억 등이 사물에 투영된임의의 결과물로, 그 원상을 알기가 쉽지 않은, 이를테면 추상적인 결과물을 의도한다고 하겠다.

앞서 말했듯 이명호는 재현과 재연의 문제에 주목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그것은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이명호식 사진실천이자 사진행위다. 다만 물리적인, 광학적인 방식으로 또 하나의 원본을 남기려 했다기보다는 자신에게 다가온 타자로서의 사물, 피사체를 재현과 재연, 또는 재생에 대한 나름의 사진 형식으로 담아내며 기성적 가치와 이해를 반성적으로 돌아본다. 역설적이게도 이명호의 작업은 재현이라는 표상행위에 대한 비표상적 접근이자 사진 과정에 대한 독특한 해석이 가미된 매력적인 결과를 선보인다.

재현을 향한 역설적, 연역적, 미학적 접근이자 지성적 해석이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이명호의 재현은 자연주의적 태도에 의한 재현이라기보다는 자연주의적 태도와 극사실적 재현 사이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는, 이른바주지주의(主知主義)적 재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즉 피사체인 사물을 물리적으로, 광학적으로 담아내기보다는 일단 사물을 자신에게 귀속시킨 후 다시 재차 사물로 재귀속시키는 경우라 하겠다.

캔버스를 활용한 이와 같은 이명호 특유의, 이를테면트레이드마크화된 다양한 재현 방식은 밝은 방, 어두운 방 등과 같은 카메라의 구조적 작동 원리를 경험하게 하는 설치작업과 사물의 상이 맺히는 과정이나 방식을 미장센으로 풀어낸 실험적 설치작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기존의 재현 방식과는 사뭇 다른 이명호의 사진에 대한 사유와 인식능력, 상상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나아가 사진술, 즉 카메라워크가 가진 매력과 태생적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는 행위이기도 하다.

화가들이 대상이나 사물을 재현함에 있어 대상을 담아내고 현실화할 장소, 현실화한 결과로서 캔버스를 채택했다면, 이명호는 캔버스, 프레임이라는 공간과 구조를 피사체로서의사물성(Thingness)’을 강조하고 효과적으로 담아내기 위한 보조적인 장치로 활용했다. 때론 잠상(潛像)의 시선을 의도한 〈신기루〉 시리즈나 잔상(殘像)과 허상(虛像)의 시선을 강조한 〈어떤 것도 아닌 그러나(Nothing But)〉 시리즈처럼 캔버스와 프레임 그 자체를 작업의 중심 화두로 채택하기도 한다.

이명호에게 있어 캔버스는 표면이 아닌, 캔버스라는 네모난 평면 공간을 통해 대상으로서 사물이 구체화, 구조화되는 장치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 〈신기루〉 시리즈나 〈어떤 것도 아닌 그러나〉 시리즈 등에서는 캔버스의 표면과 프레임 그것이 중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물리적, 물질적 구조로서는 회화의 방식과 닮았으나 작가의 이런저런 행위의 결과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라, 캔버스에 드러나지 않은 이미지, 사물의 존재가 정신적으로 투영되는 표면이자 심리적 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즉 사진기 그리고 구체적 피사체로서의 사물을 벗어난 탈이미지, 탈형상화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2018, 부산 다대포 해변에 텅 빈 캔버스를 심고 상당 시간을 그대로 놓아둔 작업이 그 중 하나다. , , 해풍, 육풍, 염분, 파도, 햇빛 등에 의해 마르고 젖기를 반복하며 묵묵히 자연 요소를 받아들인 캔버스의 찌든 표면, 마치 감광막에 응착된 듯 자리한 천연(天然)의 결상(結像), 혹은 잠상 등이 그것이다. 자연의 얼레짓, 자연의 이른바스스로 그러함을 통한 재현, 나아가 자연과 인공과의 새로운 소통 개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관심을 두고 있는 입체, 설치작업인, 〈작명 안() (Not Title(d))〉 시리즈는 일견 마치 누에고치가 실을 토해 만든 입방체, 프레임 같은 느낌을 준다.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를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엮은, 수천 번의 수고를 들여 자아낸 직육면체의 공간, 캔버스의 변형으로 보이는 중층적, 다층적 표면 등은 사진을 가능하게 한 수많은 빛의 간섭과 교차, 사진술의 기본을 생각하게 한다. 상이 포착되고 맺히는 과정을 아날로그적으로 풀어내고 돌아보는 관객 참여형 작업으로, 사진의 재현 방식과 가치에 대한 해석과 풀이로 이해된다.

이명호는 사물에 주목하고 그것을 강조했던 기존 작업으로부터 보다 적극적이고 실험적인 재현, 입체, 설치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사진행위로 자연스런 결상 과정을 강조하는 등 과정 자체가 오롯이 작업으로 남는 작업이다. 나아가 전시나 작품에 초점을 맞춘 공간을 계획하기보다는 관객을 위한 전시, 관객과 함께하는 프로젝트 등을 선보이는 등 새로운 의미공간을 예비한다.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작품과 관객 사이의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의 전시와 작업, 이들의 역할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4.

이명호의사진-행위 프로젝트는 작가 자신이 어릴 적부터 그려온 애정 어린 사물시선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캔버스와 사물을 통해 드러낸 독자적 세계다. 이명호는 지난 20여 년 동안 이들의 상호 관계가 이루어지는 여러 절차와 과정, 형식들을 선보여 왔다. 재현의 문제를 탐구하는 지적 토대를 마련하는 과정이었다. 탐색을 거듭하며 축적된 경험과 미진한 부분은 또 다른 실험과 탐색으로 극복하며 부침을 거듭했다. 이러한 실험과 탐색과 행위의 여정을 이명호는사진-행위 프로젝트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 나무, 신기루, , , 햇빛, 바람, , , 바다, 사람 등으로 요약되는 자연 요소는 이명호 작업의 주요 모티프다. 그의 작업을 간단히 둘러보자. ‘재현(Tree 연작 등)’, ‘재연(Mirage 연작 등)’, 실체라기보다는 자연의 숨결과 흔적을 담아낸사이 혹은 너머(Nothing But 연작 등)’현실’, ‘()현실’, ‘()현실 혹은 초()현실등에 대한 질문과 관객과 함께하는 문답, 예술적 표현 장치 행위와 과정인무제 혹은 미제’, 육면체의 공간을 활용한밝은 방’, ‘어두운 방’, ()을 그어 면()을 만들 듯 실로 직조된 캔버스 사이로 투영, 투사된 자신을 비추어 보거나, 실과 실 사이를 비집으며 피고 지는 꽃의 개사 과정을 강조한 〈작명 안() 한〉 등이 그것이다.

모두 이명호식 역동구조다. 그 안에 재현(재연)이라는 인식론적 틀과 해석학적 요소를 끌어들임으로써 시각언어와 해석이라는 양자 사이의, 작가와 사물들의 상호 의존 관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이명호의 조형언어는 예술작품의 지위를 획득한다. 이명호에게 있어 캔버스와 나무 등은 상호 의존적인 관계인 것이다. 문자언어가 아닌, 사진언어, 조형언어, 시각언어 등 비문자언어 등을 통한 재현적 인식이 이명호의 눈과 사진행위를 통해 진화해 왔다. 사진행위에 중심을 두고 진행하는 프로젝트라는 의미에서 이명호의사진-행위 프로젝트는 적절한 작업 명제로 보인다.

사진행위의 기능에 충실한, 수고를 마다 않는 이명호는사진-행위’, ‘예술-행위’, ‘철학-행위프로젝트 등을 통해 사진언어의 확장, 증폭을 경험한다. 재현에 대한 사진적 의미 해석을 제안하고 또 의미를 해석하는 새로운 사진행위, 사진술 내지는 사진언어의 창발자라 하겠다. 사진기술, 사진예술적인 측면으로부터 사진행위적인 측면 사이에서 작동하는 사진술의 의미 지평과 층위 넓히기라 하겠다. 이명호는 기존 사진언어의 세밀함, 은밀하고 비밀스런 기능과 공간 구조를 역동적인 공개 구조로 치환하고 있다.

사진언어학적 요소들과 구조, 사진언어와 물리적 구조, 사진 해석과 행위의 상호 의존 관계, 상호 의존적, 상호 교환적 요소를 실험하고 탐색하는 행위이자 과정이다. 정해진 틀에 따라 진행하는 순차적인 작업이라기보다는 사진 순서를 귀납적, 연역적으로 넘나들며 미장센을 연출하고 담아내는 이명호식 사진행위의 순환을 보인다. 이명호는 자신의 작업을 크게 일컫는사진-행위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2003년 이후 지금까지 총 3개의 프로젝트에 걸쳐 12개의 시리즈를 선보여 왔다. 이 중재현(再現, re-presence)-현실(現實)’ 작업은 이명호를 일약 국내외 사진계는 물론 미술계의 스타 반열에 올린 초기 작업으로 현재까지 모두 7개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재현-현실작업은 작가 이명호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나무〉 시리즈(2003)를 시작으로, 크기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작은 산 속의 풀 등을 담은 〈하찮은 것(Petty Thing)〉 시리즈(2019) 등으로 이어졌다. 〈나무〉 시리즈는, 주지하다시피, 나무라는 살아 있는 자연물 뒤에 물리적으로 캔버스가 장착된 구조체를 세운 작업이다. 나무 뒤에 흰색의 커다란 면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천이라는 것, 캔버스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도록, 알 수 있게 담아냈다. 또한 이명호는 나무의 그림자, 사각 캔버스 외곽의 주름, 뒷면의 프레임 그림자, 계절 느낌 등 배경과 시공의 디테일을 존중했으며 전체 크기를 상대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요소-사람, 한강다리, 전선, 풍선 등의 개입을 용인했다.

2012년부터 제작된 〈나무...(Tree...)〉 시리즈는 기존 세로형의 캔버스와 화면 중심에서 가로형의 캔버스와 화면이 등장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화면 속에 나무들이 여럿 등장하기도 하는데, 그 중 하나의 나무를 떠내거나, 한 그루의 나무에 가지가 하나 이상인 나무들도 대상으로 했다. 특히 2015년 작업인나무... #8(Tree... #8)’의 경우, 화면 속 모든 나무를 캔버스로 떠낸 집단풍경으로, 파노라마 형식의 화면에 마치 연필로 그린 듯, 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 생생한 현장감이 묻어난다.

부감(俯瞰)으로 동그랗게 펼친 듯 담아낸나무...... #1(Tree...... #1)’(2018), 바닥에 놓인 돌을 담은...... #6(Stone...... #6)’(2018) 등 역시 배경에 이명호 사진 특유의 흰색 캔버스를 두고 있다. 초기 자연물, 특히 나무라는 사물에 대한 시선과 관심을 예의 반영하고 있으며 대지의 수평적인 요소와 나무의 수직적인 요소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사각형의 캔버스 형태가 화면, 프레임과 동어반복적인 특성을 보이는 한편, 나무의 유기적 느낌과 대조를 이루면서 조형적으로도 안정과 균형을 보인다.


‘재현-현실작업에는 서울의남대문’(

TOP
유튜브

인스타그램